최근에 방을 정리하다 초등학생 때 숙제로 썼던 일기장들을 발견했습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 일기 속 내용을 읽어도 그 상황이 또렷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히 기억합니다.
선생님께서 일기를 방학 숙제로 내주시면 미루고 미루다가 개학 일주일 전에 몰아서 썼었던 저를 말이죠.
이렇듯 저는 무엇이든 시간에 쫓기며 하는 편입니다.
대학 신입생 때에는 놀기에 바빴습니다.
신입생들이 흔히 가질만한 캠퍼스 로망을 저 역시 품고 있었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학교에 갈 일이 없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대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었습니다.
목표하던 대학에 합격했으니 나름 열심히 했던 수험생 시절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대학교 합격 하나만을 바라보며 달려왔으니 합격한 후에는 그 기쁨에 취해
이게 끝이 아닌 시작인 것을 알지 못한 것이죠.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을 증명하듯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미루더라도 해야 할 일은 어떻게든 해내야만 하는 저였지만,
부끄럽게도 조별 과제에 제대로 참여하지도 않고 공부를 다 하지 못한 채로 시험장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리 높지도 않은 성적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며 장학금까지 받지 못했죠.
이는 당시에 저에게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노력했다면 무난히 받을 수 있던 장학금을 놓쳤기에 부모님께 너무 죄송했고
노는 데에 정신이 팔려 그 조금의 노력도 하지 않은 제자신이 너무 미웠습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자책하며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해줬습니다.
결과는 나왔고 어차피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잖아.
그렇게 갇혀 있지만 말고 앞으로를 생각해.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말고 이제부터 정말 열심히 해서 보여주면 돼.
저는 마음을 다잡고 2학년이 되어서는 학교 공부에 매진해 실제로 성적을 많이 향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에는 인생에서 가장 큰 실패라고 여겼던 이 경험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어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성인이 되고 하고 싶은 대로 놀기만 하던 저에게
자극제이자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준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학업 성적만 좋아졌을 뿐입니다.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갔다 와서 보니 어느덧 동기들 중 일부는 졸업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군대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대학교 졸업은 먼 이야기인 것만 같았는데 그들을 보니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아직 하나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부족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는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계획해 보며 많은 준비가 필요한 시기임을 느꼈습니다.
그리하여 이렇게 저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일기를 시작하는 지금 당장은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겠지만
최종적으로는 더 나아가 제가 좋아하는 다른 분야의 이야기로도 이 공간을 채워가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앞으로 저만의 일기를 꾸준히 써나가겠습니다」